for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문화 예술 속에서

시간은 없다-생존시간 카드, 인타임

다니엘1 2019. 12. 24. 13:02

사물의 움직임만 있을 뿐, 

시간은 없다. 


요것은 

젊었을 때 읽었던 


물리학 서적에 나온 말인것 같은데, 

그동안 가진 관념의 세계가 


완전히 박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말이다. 

왜 시간이 없다고 하지? 있는데? 


근데 시간이 없다는 말이 맞다. 


1m, 2m...

1kg, 2kg...

1원, 2원


과 같이 

1시간 2시간 식으로, 


시간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사물의 움직임을 계량화하여 만든 단위일 뿐이다. 


우주라는 한 공간 속에서 


별이 이동하고, 

해가 뜨고 지고 


꽃이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늙고 죽고 또다시 누군가 태어나고...


와 같은 끊임없는 움직임만 있을 뿐, 

시간은 실체가 없다. 


그런데 이 시간을 거래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 '인타임'에 나오는 이들이다. 


인타임에 나오는 사람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노화를 멈춘 채 


 노동의 댓가로 시간을 받아서 

소비를 하는데 지불하고


다시 노동을 하여 시간을 벌어 

그 시간을 소비를 위해 쓰면서 생을 잇는다. 


시간으로 집세를 내고 차를 타고 

은행에 시간을 저금하거나 충전하는데 


시간이 떨어지면 

수명이 끝나 그 자리에서 죽게 된다. 


영화에서 부자들은 시간을 많이 갖고 있고 

가난한 이들은 시간을 적게 갖고 있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노화가 멈추기 때문에, 

수백살 먹은 몇대조의 할아버지와 20대의 손녀가 


똑같이 젊은 이처럼 나오는데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에메의 

'생존카드'라는 단편에서도 시간이 나오는데, 


여기서의 시간은 

정부에서 쓸모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배급 역할을 한다. 


쓸모없는 사람들은 정부가 정한 기준에 의해, 

한달에 며칠, 혹은 보름만 살수 있는 생존시간 카드를 발급받아 


한달에 며칠 혹은 보름만 살고 

나머지 시간은 죽어 있어야 한다. 


필요한게 있는 사람들은 

생존시간 카드로 발급받은 자신의 시간 중 얼마를 


부자들에게 팔기도 한다. 

소설가 마르셀 에매가 다분히 익살스러운 이야기꾼이라, 


씁쓸한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하튼 시간은 

영화와 소설에서 거래되고 배급되고 있다. 


...시간...


시간은 실체가 없지만 

굉장히 소중하다. 


우리는 이 땅에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시간을 거래하고 


어쩌면 주로부터 시간을 배급받고 

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정말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잘 안된다. 


영화 '루시'에 보면, 

21세기, 초인적인 능력을 갖게 된 여주인공이 


수천년전인 태초의 인간 '루시'와 

같은 시간대에 있는 듯한 풍경이 나오는데,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은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태초의 순간부터 지금까지가 

같은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나날이었다. 


그 때문에 

내가 그동안 의식했던 시간의 세계, 


그 세계 속의 시간이 

높낮이가 있는 파도 같이 느껴졌었다. 


그리고 나는 

파도가 완전히 사라져서, 


일체의 요동도 없는...

평지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고, 


마치 태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드넓은 평야처럼 느껴지는 느낌속에 있었다. 


그 느낌을 문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나는 그런 세계 속에 있었고, 


그 세계는 영원 같았다. 

처음과 끝, 알파와 오메가가 하나인 느낌. 


치열한 투병의 기간 동안 

나는 그런 세계 속에 있었다. 


가끔 한번씩 감정의 이탈을 맛보았지만, 

대부분은 그런 나날들 속에 있었고 한없이 평화로왔다. 


예수님 안에는 처음과 끝이 함께 있다. 

예수님 안에는 처음과 끝이 하나다. 


우리는 처음과 끝이 하나인 세계에 산다. 

순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