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빨에 시달리다 글빨을 잃었다!
대학 때 동생한테
어제 전화가 왔는데
잠 자느라 못 받았더니
오늘 새벽 댓바람부터 문자를 하곤
전화가 왔다.
언니!
걔, 신춘문예 당선됐어!
누구도! 당선됐고!
조선일보 당선자는 57살이야,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언니는 왜 글 안써? 써! 쓰란 말야!
우리 문학 모임 할 때
언니 글빨 있었는데,
그때 글빨 좋을 때 했어야 했는데
왜 안했어! 라며
어느새!
십수년전이 되어버린 그때,
이야기를 하며,
글 쓰라고 채근했다.
그래서 내가 이랬다.
영빨! 에 시달리느라,
글빨! 을 잃었다!
언젠가 동생이
언니 글 안 써? 하길래,
아니 열심히 쓰고 있어.
했더니
무슨글?
묻길래,
인터넷 카페 댓글!
한적 있는데,
댓글을 쓰던 블로그 글을 쓰던
글 쓰고 싶은 사람은 쓰기만 하면 되지!
신문문예 통과하고
문학가로서 등단하여
소설을 써야만 하는감?
라고 농담을 할려다가,
나는 그럴지라도!
동생은 진정으로
너무 너무 축하하는 마음이 들어서,
입 다물었다.
애 셋 낳고 키우며,
게다가 돈 버는 일까지 하며
쓴 글이라 너무 너무 축하한다.
동생이
내 글빨이 좋았다고 하던 그때,
모임을 같이 했던,
출판사 편집장으로 있던
또 다른 동생이 내 소설을 보고,
언니 이제,
등단하고 활동해도 되겠다,
라고 하던 그때,
글빨을 밀고 나가지 않은 건,
내가 찾는 문제의 답을 못 찾아서였다.
소설을 통해 할 말이 있었지만,
그것은 언제나 의문이었고
의문에 대한 답이
내 안에서 만들어지지 않아서였다.
근데...
요즘은
답이 없는 채로
둬도 되는구나,
답은 사람들이 찾아야지
내가 찾아서 보여주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닫힌 결말이 아니라 열린 결말이 좋다는 생각을.
예수님을 찾는 것도
각자 찾아야 하는 것 같다.
내가 구하고
내가 두드리고 내가 찾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통해 배우는건
지식일 뿐이다!
내가 고민하고,
내가 실천하고,
내가 예수님을 본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
뭐...나는 안되지만..그렇다는 얘기다.
언젠가부터 정말, 나는,
영빨에 시달리느라 글빨을 잃었다.
영빨에 시달렸다고
영빨이 있는것도 아니다.
시달렸을 뿐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