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으려 인터넷을 켜니
영화 기생충 때문인지,
메인 화면에
반지하라는 단어가 있는 기사 제목이 뜬걸 봤다.
세상적인 것 읽는 것,
시간도 아깝고 귀찮아서
자세히 읽진 않았는데,
여하튼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반지하에서 사는게 뭐 어때서?
라는 말이다.
반지하에서 사는게 뭐 어때서?
영화속 박사장 부부가 사는 곳이나, 반지하나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지,
반지하라고 뭐 어때서?
나도 젊을때 반지하에서 살았다.
반지하가 아니라 2/3가 지하였고,
햇볕이 들지 않아,
여름이면 곰팡이가 슬어
맨날 청소를 해야 했지만,
나쁘지 않고 행복했다.
방이 작아서,
사실 청소를 할 것도 없었다.
몸만 한바퀴 돌리면
물건들이 내 손에 다 잡혔고,
방이 작다보니,
반드시 필요한 것 외엔 사지 않아서,
불필요한 물건들이
내 집에 쌓여 있지도 않았었다.
딱 세사람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작은 방이었지만,
밥을 먹으며 웃었고,
tv를 봤고 책을 읽었고 행복해했다.
지하방에서 계단을 올라오면
햇빛이 내리쬐는 작은 마당이 있었는데,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끼리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삼겹살도 구워먹고,
곱창볶음 재료를 사서 볶아 먹고,
마당 수돗가에서,
걸레를 같이 빨며 수다도 떨고..
재미있고 행복했다.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과 갈등이 있어도,
걸레를 빨며 얘기하다보면,
금방 풀어지고
시장에 같이 가서
예쁘고 싼 물건들을 고르며 까르륵 거리고
정말 재미있고 행복했다.
반지하에서 사는게 뭐 어때서?
아파트에서의 삶은 이런 재미가 없다.
반지하방은
외부와 차단된 독립적인 공간이었던 반면,
반지하방을 나와
계단만 올라서면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과
화창하게 웃고 떠들며
살수 있었는데,
아파트는...
아무래도 다르다.
일부러 반지하방에 가서 살 이유는 없지만,
반지하방으로 가야 하는 삶이라면,
갈 수도 있는,
내겐 아무렇지도 않는,
사람 사는 공간인데,
왜들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반지하방에 사는게 뭐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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