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멀리하고,
텔레비전도 신문도 보지 말고,
연장 을 갈라.
오로지 그 일만 하라.”
니시오카 쓰네카즈(1995년 88살로 작고)는
평생 이 말 을 금언으로 여기며 대를 이어 호류지의 목수로 살았다.
607년에 창건된 호류지는 나라현에 있는 일본 최고(最古)의 목조건물. 그는 사찰이나 궁전, 사원처럼 큰 건물 을 짓는 궁궐목수이자 그들을 거느리는 대목장이었다. 천년사찰 호류지를 돌보며 지키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나무에게 배운다‘는 1996년 한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이번에 재출간됐다.
마치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생
궁궐목수 니시오카의 구술을 시오노 요네마쓰가 엮 은
<나무에게 배운다>(상추쌈 펴냄)는,
한눈팔지 않고 자신의 직분을 숙명 삼아 산
우직한 장인의 잠언과도 같 은 책이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유폐시킨 채
오로지 몸 으로 삶을 밀고 살아온 노목수의 말은,
되레 인간세계를 꿰뚫는 지혜로 돌올하다.
집을 지을 때는 나무의 성질과
자란 방향을 살려서 써 야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기 질이 강한 자일수록 생명력 또한 강하다,라고 말할 때
나무를 쓰는 일과 사람을 쓰는 일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또 천년을 살아온 나무는 목재로도 천년을 간다,
그 수 명을 다하도록 돕는 것이 목수의 역할이다,
나무가 살아 온 만큼 나무를 살려서
쓴다고 하는 건 자연에 대한 인 간의 당연한 의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로
남아 있는 호류지는 그것을 잘 가르쳐주고 있다,라는 말에서
재건축을 위해 겨우 20년 된 집을
허무는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때를 기다리며 온 정성을 쏟는 일을
업으로 삼은 탓 에,
빠르고 편리한 것만을 좇는
시대와 평생 그는 불화 했다.
머리가 하는 기억보다
손이 하는 기억을 신뢰하는 늙은 목수는
지식으로 경험을 이기려는 학자들과
분투 를 벌이며 천년사찰의 복원을 주도했다.
그런 그의 고집 으로 688년에 건립됐다
화재로 소실된 야쿠시지는 제 모 습을 찾을 수 있었다.
“벌이가 되는 일로 내달리게 되면
마음이 혼탁해지게 된다”며
일이 없을 때는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렸던 그는,
그 와중에도 언제라도 절을 고치기 위해
연장을 갈고 나무를 말렸다.
마치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생이었다.
“균일한 세계,
부서지지도 깨지지도 않는 세계,
어떻게 하든 좋은 세계에서
문화는 태어나지 않으며 자라지 않 습니다.
호류지나 야쿠시지 건물에 쓰인 목재는
어디를 막론하고 규격에 꼭 들어맞는 것이 없습니다.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모두 다릅니다. …
고르지 않으면서도 조화 롭습니다.
모든 것을 규격품으로,
이를테면 모두 똑같은 것을 늘어세우면
이 아름다움이 나오지 않습니다.
획일 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좋은 것입니다.”
현자의 통찰은 두루 통하는 것인가.
각기 다른 인간을 한 줄로 세우는 문명에 대한
니시오카의 비판은 멀리 헨 리 데이비드 소로에서부터
스콧 니어링을 거쳐 이오덕, 신영복에 이르기까지 일맥상통하고 있다.
생전의 전우익 선생이 이 책을 권하며
평생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된다 고 했다는 말뜻을 이제 알 것만 같다.
“책을 읽는다거나,
지식을 지나치게 채워넣게 되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자연이나
자신의 생명에 관해 서는 무지해진다”는
니시오카의 말에 동의하긴 어렵다.
그의 책은 읽어야 하는 탓이다.
1996년 한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절판된 이 책의 재출간이 고마운 이유도 그러 하다.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4277.html
'for 예수님 안에서 > <공유> 마음에 닿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옴)선지자 엘리야에 대한 글 (0) | 2021.10.04 |
---|---|
<공유>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에 대하여 (0) | 2021.08.08 |
가나안 일곱 족속과 영적 의미 (퍼온글) (0) | 2020.02.11 |
크리스천이라는 생각까지 잃어버려야 진정 크리스천 (0) | 2019.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