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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점심 먹으러 갈건데? -이미테이션 게임

다니엘1 2019. 12. 15. 19:32

우리 점심 먹으러 갈건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나오는 대사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세계 2차 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 

수학자 앨런튜닝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이때 앨런튜닝이 만든 

암호해독기가 컴퓨터의 원형이라고 한다. 


앨런튜닝의 역할은 '베네딕트 컴버베치'가 맡았다.  

컴버베치한테는 호감을 가진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호감을 가지게 됐다. 

아마도 영화속 컴버베치의 쓸쓸함이 공감이 가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여 주인공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았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맡은 캐릭터가 강했던 탓인지, 

이 영화에선 평범하고 소박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출연한 영화 중

내가 최고로 여기는건 그러나, '비긴어게인'이다. 


우리 점심 먹으러 갈건데?


이 대사는 앨런튜닝이 

암호를 풀기 위해 열중하고 있을때, 


앨런 튜닝의 동료들이

앨런 튜닝에게 한 말이다. 


우리 점심 먹으러 갈건데? 라는 말은, 

우리랑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는 의미의 말이다. 


동료들은 그런 뜻으로 말한건데, 

앨런튜닝은 말에 담긴 의미는 알아듣지 못하고, 


말 그대로, 즉 자기들끼리 

점심 먹으러 간다는 말로 알아듣고 가라고 한다. 


때문에 동료들은 앨런 튜닝을 

혼자 남겨두고 자기들끼리 밥먹으러 간다. 


이런식으로인해, 

앨런튜닝은 항상 혼자이다. 


수학자라 말의 의미는 보지 못하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지 모르지만, 


앨런 튜닝은 이처럼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어 고독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천재들이 그럴 수 있듯이, 

자기 세계에 빠져서, 


타인과 활발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지 못한 채 자기만의 쓸쓸한 성에 갇혀 지냈다. 


약혼자 덕분에 

동료들과 화합하며 


전쟁중에 독일군 암호를 풀어서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동성애자가 되는 바람에

동료이자 약혼자였던 키이라나이틀리와도 헤어지고 


동성애를 금하는 법에 의해 거세를 당한 뒤,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를 먹고 조용히 자살을 했다. 


천재들 중엔 동성애자가 꽤 있고

어둠 속에서 살다가 자살을 하는 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몸을 어떻게 저 정도로 

비틀고 꼴 수가 있을까? 


싶어 관심을 갖게 된 

러시아의 천재적 발레리노 '나진스키'도 


결국 소통의 문제로 

발레를 그만두고 동성애자가 되기도 했고 


그랬던게 아닌가 싶은데, 

짐작만 해 볼 뿐 


천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소통이 안될 때 느끼는 답답함과 고독은 알 것 같다. 


젊을 때 읽었던 책 중에 

'이별 없는 세대'라는 단편집이 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라는 

20대의 젊은 작가가 


세계 대전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을 모은 책인데, 


표지의 제목으로 뽑힌

'이별없는 세대'의 문장중에 


'우리는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고 이별도 없다'라는 문장이 있다. 


만나긴 만났지만, 

만남다운 만남이 아니었기에 


이별을 해도 이별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문장인데, 


당시에 이 책의 문장들을 읽고 

굉장히 슬펐었다. 


전쟁터의 젊은이들이 


마음을 나눈 동료들 중에

누군가 총탄에 맞아 죽는 걸 보면서, 


그 죽음이 주는 슬픔과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처음부터 마음을 주지 않은 채

전쟁터의 삶을 이어가는 심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남이 없기에, 이별도 없다. 

슬프고 스산하고 비장한 느낌의 문장이다. 


그렇게 느끼는 건, 


볼프강 보르헤트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알기 때문이리라. 


그는 이 책을 쓰고 26살에 죽었다. 

그도 천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천재들은 일생동안

소통의 환희를 몇번 정도 맛보고 살까?


천재가 아닌 이들은?

진정한 소통을 이뤄본적이 생에 몇번이나 될까? 


베네딕트 컴버베치가 맡은 앨런튜닝, 

문득 그를 애도하는 마음이 생긴다. 


불통의 절벽 앞에 선, 

수많은 현대인들에게는 찬사를 보낸다. 


잘 견디고 있다고

ㅋㅋ.